첫면회 1편 32시간의 외출
금요일 오후 5시쯤 퇴근을 했다. 동사무소에 들러 인감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야 한다. 종친회에 지급하는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서이다. 어영부영하다가 벌써 마감 날이 되어간다. 또 현성이 면회 갈려면 기름도 가득 넣어야 하고 세차도 해야 한다. 상암동으로 수색으로 다시 가양으로 왔다갔다 바쁘게 보내고 집에 오니 7시가 넘었다. 울산에 있는 친구가 부부동반 저녁을 먹자고 하는데 면회 때문에 새벽에 나가야 하니 다음에 하자고 뒤로 미루었다. 집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있는데 현성이 전화가 왔다. 카레를 먹고 싶으니 만들어 오란다. 그래서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사고 집에 있는 야채로 간단하게 일본카레를 만들었다. 면회를 가려고 마음먹은 지난 화욜부터 매일 밤마다 꿈에는 현성이를 만나는데 깨어보면 꿈이다. 옆에서 마누라는 기다리는 아들보다 가는 아빠가 더 난리라고 자꾸 놀린다. 현성이가 달라는 폰과 밧데리, 이어폰 혹시 쓸줄 몰라서 전기면도기에 충전기를 챙기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토욜이라 늦잠을 자도 되는데 평상시와 같은 시간에 깨어났다. 거실에 나와 잠시 뉴스를 검색하고나니 7시가 되었다. 마누라를 깨워서 일어나라 하고는 밥을 데우고 시레기국을 데워서 밥상을 차려주고 같이 아침을 먹고는 둘이 먹은 그릇과 냄비와 후라이팬 설거지를 하였다. 현재 혼자 남아있는데 밥을 차려 먹을려면 무엇이라도 있어야 굽거나 데워먹지 싶어서 내가 설거지를 하였다. 빨리 서둘러라고 재촉을 하였다. 서울에는 아침에 10분만 늦으면 차가 1시간 이상은 밀리므로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한다. 남자들이야 머리감고 양치하고 나서면 그만이지만 여자들은 항상 늦는 것을 익히 아는터라 미리 말했는데도 아직이다. 가면서 바르면 안되겠냐고 하면서 나서는데 현성이가 전화가 왔다. 필요한 것들 챙겨오는지 출발은 언제하는지 묻기에 10시 30분 내외에 도착할테니 기다리라 하고는 집을 출발하였다. 강변북로를 거쳐 내부순환도로 북부간선도로 외부순환로를 거쳐 구리를 지나 남양주를 지나고 포천을 거치니 지난번 수료식때 갔던 그길이다. 철원을 넘어 김화를 지나니 이젠 군부대가 좌우에 계속 보인다. 민간인 통제 검문소에 이르러 면회를 왔다고 하니 별말 없이 보내는데 다행히도 신분증을 보자고는 하지 않는다. 아침에 차안에서 신분증도 없이 면회가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면박을 주었는데 살짝 미안한 맘이 드네. 나도 전방은 초행길이라 38연대 본부가 어디있냐고 물으니 다음번 검문소에서 물어보라고 한다. 검문소 안에는 계속 군부대가 양쪽으로 거의 이어져 있다. 현성이가 근무하는 곳은 마현리이다. 네비의 최종 종점도 말고개 버스종점으로 해 두었다. 말고개는 고개가 높아 말도 쉬어간다는 고개이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마현리인 것이다. 대성산 말고개 양쪽, 서북방향으로는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가 있고, 동남방향으로는 화천군 상서면 마현리가 있다. 말고개를 굽이굽이 올라가는데 차는 고물이라 그런지 더디기만하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재가 높지않아서 정상에 이르니 교행이 불가능한 길이다. 조금 더 내려가니 6.25 전투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이 보인다. 그리고 어느해이든가 여름 태풍때 막사가 무너져 내려 사병 22명이 순직한 것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도 세워져 있다. 여기 어디쯤이 38연대라고 들었는데 당최 부대가 보이지 않는다. 15사단은 구호가 필승인데 6.25때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는 부대라 승리부대라고 칭한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부대가 어디냐고 물어 볼수 있는데 아무도 없다. 조금 더 내려가니 부대가 보이길래 차를 세웠더니 부대문이 잠겨 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또 내려가니 양쪽에 부대는 보이는데 사람은 없다. 그래서 조그만 중대 간판이 보이길래 들어섰더니 초병이 제지를 한다. 연대본부를 물으니 위에 있다면서 부대명이 6270부대라고 한다. 다시 차를 돌려 말고개를 조금 올라가니 해발 500임을 알리는 표지가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아까 차를 세웠던 그 부대가 6270부대이더라. 여기가 38연대 본부이었다. 주차를 하고 문앞으로 가니 그제서야 초병이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 그래서 강현성 면회왔다고 하니 아! 우리막내 이런다. 반갑기만 하더라.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나오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내가 화장실을 갈수 있냐고 물으니 문을 열어주고 열쇠를 주면서 화장실을 가르켜 준다. 근데 그때 현성이가 위에서 내려오고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재빠르게 화장실에 갔다가 오니 현성이가 보이지 않는다. 외박증을 두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갔단다. 에구. 5분쯤 지났을까 초병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현성이가 다시 왔다. 현성이를 데리고 온 주번하사가 현성이의 장교 인사담당 사수라고 하더라. 신입 이병은 부대내를 이동할 때 선임이랑 항상 같이 다녀야 한다는 룰이 있다고 하네. 가볍게 목례를 하고 현성이를 안아주고 차를 탔다. 이때 시간이 10시 40분경이었다. 만나기 까지 참으로 고난한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