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간산 남해를 돌다
토욜 아침이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가 있어 피곤하다 술은 조금 먹었는데 잠이 부족하다
수원에 사는 친구랑 여행하기로 하였다 참 재미있는 친구다 세상을 잘 살았고 잘사는데 굳이 덜 잘 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여진다 각설하고
서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수원에 가니 9시 10분경이다 대합실에서 친구를 만나 주차장으로 갔다 벌써 5번째 둘이 가는 여행이다 강원도 동해 정선 호남 이제 남해다
여주에 볼일이 있다고 하여 둘러보고 조그마한 면소재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최근 한달 가까이 아침을 귀리우유로 먹느라 항상 배가 고프다 이날따라 더욱 그러하다 마침 메뉴도 내가 좋아하는 청국장이다 시골에서 아랫목에 제대로 띄운 콩이다 구수하게 콤콤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맛나게 익은 냄새다 쌀도 여주라 그런지 밥도 맛난다
주위를 보니 이 작은 면소재지에 밥먹는 사람이 30여명이다 이런 집이 맛집이란 생각을 하였다
식당을 나서 조금가니 능원사란 절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황금색 일주문을 지나니 시골 농장 분위기가 풍긴다 오르막길 오르기 전에 또 일주문이 있고 대웅전의 규모는 입을 떡 벌리게 크다 그리고 지붕도 맞배지붕인데 한옥의 선도 없다 일자다 뭐 이런 절이 있나 싶다 지나는 사람도 없다 참으로 이상한 절이다 검색해보니 미륵불을 모신 절이라고 한다
내려오다가 만난분에게 여쭤보니 도봉산에 있는 능원사의 여주 절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 규모는 큰데 보통절과는 사뭇 다르다
여주를 출발하여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다가 충주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줄곧 달리기를 몇시간 성주를 지나니 88도로를 타고 고령에서 내려 국도로 합천을 거쳐 진주로 갔다 요즘 지방도로가 왕복 4차선이 대부분이라 고속도로 못지 않게 잘 정비되어 있다 국도를 120이상 달리니 확실히 선형이 고속도로만 못하다 커브에서 도는게 영 불안하다 진주에 오다가 통화한 LH공사 다니는 후배가 추천한 진주산홍이 집으로 갔다 진주 냉면집은 지난번에 갔기에 새로운 곳을 추천 받아 간것이다 이집은 물냉은 간장베이스에 면은 이것저것 다 들어간 짬뽕이다
육수가 짜서 마시지를 못하겠다 진주냉면 육수는 어물육수를 끓이는데 달군 무쇠를 넣어 비린내를 답는게 비법인데 여긴 아니다
또 비빔냉면을 산홍이라 부른다고 하여 산홍집이라 하는데 너무 달아 맛을 모르겠다 육전은 얇게 구워야하는데 여기는 배추전처럼 여러조각을 한번에 붙여 한장으로 만들었다 진주냉면이 유명한 이유는 기생과 관련이 있다 자세히 말할수는 없지만 진주에서 유흥문화가 발달된것은 한양에서 유입된 기생문화에서 그 원류를 찾는다 하겠다 시킨 음식을 남길수도 없고 억지로 구겨 넣었다 아쉽다 진주냉면!!
다시 길을 재촉하여 통영으로 달렸다 통영시장앞에 주차를 하고 시장구경을 하면서 저녁에 먹을 장을 보았다 둘뿐이고 배도 불러 조금만 사기로 하였다 굴 한봉지 5천원 해삼 한봉지 돌미나리 운전할때 먹을 말린 미역귀를 사서 시장을 휘휘 둘러보고는 차에 올랐다 사실 작년봄에 통영에서 1박을 하여 웬만한 곳은 다 봐서 나로서는 크게 개의할바가 아니었다 그래도 동피랑 서피랑 케이블카 낙조대 한산섬 충렬사 해저터널 등 갈곳과 볼곳은 많다 차에 오르고 나니 충무김밥을 사지 않은게 기억난다 아뿔싸 아깝다 꿀빵 빼때기죽 물짜장 멍게비빔밥 도다리쑥국 이런건 괜찮은데 충무김밥만큼은 현지에서 먹어야 한다
통영을 출발해 사천이 바로 이웃이다 삼천포항에 차를 세우고 안내판을 보니 노산공원 입구다 여긴 군시절인 86년도에 휴가 나와서 잠시 들린 곳이다 옛 추억에 잠시 기억을 되살려 보아도 가물거린다 안내도를 보니 삼천포항 반대편이 훨씬 아름답게 느껴지고 볼것이 있을것 같다 삼천포항은 유흥가라 모텔은 많으나 여행을 온 사람이 묵기에는 너무 소비적이라 느껴져 한려해상공원을 향해 출발하였다 조금 가니 내가 알던 가게가 있다 라라사진관이다 참으로 오래된 기억과 추억 그리고 향수가 있는 집이다 이걸 누가 알겠나ㅎㅎ
사천대교를 지나 서포면 비토리에 도착하였다 연륙교가 연결되어 섬이 아닌 섬이다 3번 4번 연결되어 있는 아주 작은 섬 아니 마을이다
섬을 둘러보고 적당한 모텔에 짐을 풀었다
안내문에 대실하지 않습니다 가족형모텔이라그 적어 놓았다 주인이 무얼 말하는지 알것 같았다 숙소에서 사간 굴과 해삼으로 안주를 하고 소주를 각 1병 먹으니 잠도 오고 피곤하기만 하다 딱딱한 해삼을 뜨거운 물에 데치니 연하다 다만 크기가 작아져 갓난아기 고추처럼 작다 해삼 데친물에 컵라면을 끓여 안주를 하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은 주인에게 미리 주문한 5천원짜리 황태국을 먹고 나서 섬을 둘러보니 이곳도 굴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또 개발이 아직 덜 되어 있어 펜션 커피솦등이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는 앞으로 관광지로 개발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토끼전 얘기를 이곳의 스토리텔링의 주제로 잡았나보나 여기저기 토끼와 거북이가 많다 여긴 세월 지나면 한국의 유명한 관광지와 별반 다름없는 곳이 되겠지만 아직은 시골스러움이 남아 있다
비토리를 떠나 남해로 가다가 재작년 남해를 둘러보았기에 패싱남해 그리고 광양을 지나 여수를 갔다 이순신대교랑 노량바다 그리고 명량해전 얘길하면서 거북선을 얘기하다보니 여수항이다 여수시장을 구경하고 이순신광장과 오동도를 차를 타고 지나며 여수 구경 끝
주마간산을 넘어 주차간산 속도가 다르다 다시 차를 몰아 고흥의 우주선 발사대를 가기로 했다 가다보니 벌교가 나온다 벌교와서 주먹자랑 마라 했다지만 일단 꼬막정식을 먹으러 갔다 태백산맥에 나오는 외서댁집이다 가보니 벌교입구 골목이 꼬막집이다 관광버스에 바이크족에 인사인해다 자리를 잡고 꼬막정식 2인분을 시키니 참꼬막은 열몇개가 전부이다 꼬막전 꼬막무침 꼬막된장찌개에 들어있는건 전부 새꼬막이다 ㅠㅠ
그리고 질이나 양에 비해 2만원은 비싸다 만원이면 적당하지 싶다 먹어 보니 싸니 비싸니 있니 없니 하는거라며 애써 위로는 삼았다 벌교시장에 가니 이곳이 다래와 무화과가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꼬막도 많이들 판다
고흥으로 출발하여 가는데 중간에 추도라는 곳을 들렸다 이곳도 굴이 지천이다 굴까는 비닐하우스에 쓸 땔감을 전기톱으로 썰고 기계로 토막낸다 그리고 뻘이 진흙이 아니라 굴이 잘 자라는 모양이다 고흥 우주발사대에 도착하니 별로 볼것이 없다 아니 둘러보지도 않았다 주차간산이다 방파제에 가니 하동에서 왔다는 두남매 부부가 연신 쫄복을 잡는다 그 양이 어마무시하다 수백마리가 넘는다 그 자리에서 손가락만한 복을 머리를 뎅강 쳐버리고 내장을 뚝딱하니 번데기 두개만한 복어를 물에 담궈둔다 어떻게 먹느냐 물으니 구워먹고 매운탕도 한다네 속으로는 당신들 벌받을거야 했다 그 작은걸 그렇게나 잡아서 뭘 어쩌자는건지 영 맘이 불편하다
다시 온길을 달려 보성 장흥을 지나 강진으로 왔다 고금도에서 낚시를 할까 싶어 오니 벌써 해가 어둑하다 고금도 농협에서 돼지고기와 상추 마늘 김치 소주를 사서 다시 차에 올랐다 적당한 바닷가 모텔이 있으면 자리를 잡자 했다 적당한 곳이 없어 가다보니 완도읍이다 완도항 근처 모텔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돼지고기에 햇반으로 저녁을 먹었다 반주로 먹은 소주가 취기를 부르는게 아니라 잠기를 부른다 자다가 깨니 새벽 2시가 넘었다 자다깨다 반복하다가 8시에 친구를 깨워 모텔을 나섰다 완도 해장국을 검색해 보아도 별게 없다 기사식당인지 해장국집인지 모를 식당에서 세상에서 젤 맛없는 아침을 먹었다 완도 전망대에 오르니 미세먼지가 며칠째 여행객의 시야를 가로막는다 완도를 출발해 해남 땅끝마을로 달렸다 땅끝마을에 오니 관광지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맘이 가지 않는다 울애들이 어렸을때 완도 진도 해남 목포 벌교 강진 보성을 둘러본 경험이 있다 그때와 시차가 15년은 됨직하나 변해도 넘 변했다 전망대 입장료가 천원이다 아놔ㅠ
시계가 너무 짧아 그냥 돌아서 나왔다 다시 차를 달려 진도대교 입구의 전라우수영으로 차를 몰았다 울둘목에 도착하니 마침 썰물시간이다 이시간은 충무공이 적들을 막다가 공격으로 전환되는 시간이다 물소리를 들으며 이순신 동상을 보니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 이순신은 완벽한 원칙주의자이고 융통성도 타협도 없는 옹골찬 사람인데 동상은 부리부리한 장비처럼 보여진다
난 세상을 바꾸게한 팽목항이 너무나 궁금하여 진도항으로 달렸다 중간에 볼만한 관광지나 산방이 있지만 가보고 싶었던 팽목항에 갔다 먼저 그 규모가 너무나 작다 또 그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관광객 두어명이 전부다 색바랜 리본과 조형물이 전부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지 않는가 이곳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모습이 좋은지 그런건 모르지만 단하나 너무 휑하다 304명의 죽음을 슬퍼한 그곳은 처량하기만 하다
진도를 떠나기전 남도음식을 맛보고자 식당을 찾았다 대체로 기사 식당은 그 지역의 향토음식과 재료를 사용하여 싸고 맛나게 파는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모르는 곳에 가면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중간은 하게 마련이다 진도대교 입구의 기사식당을 들어가니 뷔페다 아차 싶은데 늦었다 주인이 선불이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ㅠㅠ
2시가 가까우니 배라도 채워야지 하는 심정으로 허기를 면했다 이번 남도여행은 먹는건 거의 실패다 맛난게 없다 아니 찾지 못했다
진도를 나서 해남 영암을 지나 함평을 거쳐 장성으로 갔다 작은애가 근무하는 곳이다 면소재지에 있는 피자집을 갔다 지난번 현재가 사달라고 하여 같이 들리곳이다 근데 쉬는 날이란다 다른 피자집을 찾아도 없다 통닭은 정문에 근무하니 주문해 먹는다 하여 피자만 고집했는데 없다 할수 없이 빈손으로 부대로 갔다 정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친구가 아들이 지금 근무하는애 아니냐 한다 내려서 이름을 부르니 깜짝 놀란다 반갑게 이얘기 저얘기 하는데 주임상사가 면회실에 들어와서 만나라 한다 면회실에는 경비분대 전체가 근무대기를 하고 있다 오늘은 총기를 분해하여 청소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평일은 전분대가 오후에는 면회실에 모여서 근무한다고 한다
면회 올것이면 주말에 왔으면 외박이나 외출나갈수 있었다고 아쉬워 하길래 그런 사정이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친구가 용돈하라며 돈을 주니 입이 벌어진다
갈길이 멀어 출발하자니 맘이 아린다 작별을 하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진짜로 달렸다 140이 기본이다 차가 좋으니 흔들리지도 않는다 3시간만에 수원에 도착했다
이번 남도 여행은 그야말로 주차간산이었다 또 미세먼지가 시야를 막아 아름다운 섬과 섬 그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를 훼방놓았다
주차간산과 미세먼지
이 두가지가 여행을 관통하는 물줄기였다 그러함에도 여행은 즐겁다 또 반드시 느낌을 남긴다 능선과 색 표현되지 않는 봄
그 봄을 만끽한 이동이었다
봄이 마음으로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