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답답한 사람들

강동준 2020. 5. 18. 08:35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

사즉생, 생즉사 이 말과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말은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정치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만 알뿐 왜 이런 말씀을 하였고, 당시 환경은 어떠했고 그리고 이 말을 어떻게 몸소 실천했는지를 알고 실천으로 옮기는 자기희생이 있을 때 비로소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사용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1597년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은 7월말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다. 이때는 원균의 칠천량 전투 패배로 배도 군사도 무기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직책만 받은 상황이다. 진주성이 함락되어 호남이 적의 수중에 들어갔다. 남원성전투에서 1만명이상이 전멸하고 호남에서 충청도로 진격하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선조는 8월 중순 수군을 폐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이순신 장군이 죽음을 무릎쓰고 올린 명령불복종의 장계에 나오는 문구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는 말이다. 그 후 이순신 장군은 순천에서 땅에 파묻은 무기를 찾아내고 보성에서 군량미 600석을 얻고 이순신을 따라 다니는 피란민들 중에서 노를 젓는 격군과 군사를 모을 수 있었다. 당시 수군에 가는 것은 물에 빠져 죽거나 전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군으로 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군사를 모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량 당시 노를 젓는 격군의 수가 평소의 절반가량이었다고 한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출전하기전 사즉생 생즉사라고 훈시를 하며 전투에 임한다. 당시 적의 규모에 겁을 먹은 군사들이 모두들 뒤로 도망가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 단 한척으로 약 2시간동안 단독으로 싸운다. 이에 용기를 얻은 군사들이 전투에 임해 음력 9월 16일 오후 6시정도까지 전투를 치루어 대승을 거둔 것이다.
장군의 또 한번의 위기대처 능력은 전투후 곧바로 후퇴를 결정한 것이다. 명량전투후 닷새뒤인 21일에는 고군산군도 지금의 군산 선유도까지 후퇴한 것이다. 약이 오를대로 오르고 조선수군의 화력과 병력이 쇠잔한 상황에서 조선수군을 궤멸시키고자 왜군의 엄청난 보복전이 시작되었지만 장군의 그림자 밖에 볼수 없었던 것이 명량 전후의 사정이다.
현재 미래통합당의 상황이 명량해전 이전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몇가지 교훈과 방법을 이순신장군에게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장군이 군사, 무기, 군량미를 얻는데 최선을 다했듯이 군수물자를 구해야 한다. 당에는 천명에 가까운 정예 요원이 있다. 이들은 어느 선거전에도 특별한 교육없이 전투를 치를수 있는 정예병이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눈여겨 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무시한다. 그림자 취급한다. 바로 의원회관에 근무하는 보좌진이다. 이들만큼 정치를 잘아는 그룹이 있을까? 등잔 밑이 어두운 격이다. 통합당의 의원들은 대부분 금수저에 가깝다. 고시출신이거나 성공한 사업가이거나 고위 관료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입학이후 그들은 단 한번도 좌절하지 않고 군림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고 주변으로부터 칭찬받고 떠받들려지는 삶을 살아왔던 그룹인 것이다. 자신위주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박정희대통령시대에는 인재가 없어 능력만 있으면 조금 허물이 있어도 중용되었고 그 관행이 이들의 머릿속에 은연중 남아 있어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이 뿌리깊게 남아 있다. 자신들을 보좌하는 그룹을 양반집 마름이나 머슴취급하는 것이고 국민들을 계도하고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게 자기들의 책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난을 피해 따라다니는 백성들을 위해 군령을 엄격히 세우고 왜군과 도적으로부터 보호하여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통합당의원들에게 요구되는 첫 지점이다. 처절한 자기반성이 국가와 민족 나라를 위한 대단한게 아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즉 애민이 기본이다. 그중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할 중요한 자원을 배척하고 있지도 않은 외부에서 자원을 찾는다. 현 시점에서 외부 그 누가 이 당에 영입될려고 할 사람이 있을까. 고김근태 의원의 보좌진 출신 국회의원이 6명이고 노무현대통령의 보좌진 출신은 지금 무얼 하는지 보고 반성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보좌진이 무얼 했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오히려 문고리로 폄하되거나 배신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애민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다음으로는 장군이 명량해전이 시작되었을 때 장군선 단 한척으로 한식경이나 전투를 치룬 것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사즉생 생즉사를 몸소 실천하여 군사들과 지켜보는 백성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당의 지도부는 얄팍한 술수로 손톱보다 못한 권력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한 맘을 버리고 모든 것을 다 버린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달 만에 그런대로 구색을 갖추고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명량해전을 승리할수 있었던 요인에서 배울 점이다. 국회직인 의장단, 상임위원장배분과 당직인 당대표, 비대위원장, 시도당 위원장을 탐하는 무리들이 있는 한 이번 선거의 결과가 말해주는 당 해체 수준의 대오각성의 기대는 고사하고 소멸되어야 할 집단이 되는 것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반성이나 복기는 고사하고 무기력하게 가만히 앉아 여당의 행태에 대한 무분별하게 비판하는 강성 지지자들의 놀음에 넋을 놓고 눈길을 주는게 마치 조선시대 담넘어 지나가는 남정네를 흘깃 쳐다보는 기생같아 보인다.
참패한 정당으로서 부의장, 상임위원장 전부를 국민의 요구대로 여당에 전부 위임하고 처절한 반성과 대안정당으로서 정책과 대책을 마련하는 야당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즉생 말로만 할게 아니라 실천에 옮길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 탓하기 전에 나부터 실천하면 된다. 다 포기하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할 수 있을까? 하지 못하면 당은 해체될 것이다. 사회 개혁을 주장하는 어느 진보당과 보수를 대표하는 민주당 그리고 사라지는 통합당의 미래가 코앞에 있다. 이 상황이 두렵지 않은가.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도 한줌은커녕 좁쌀보다 못한 지금의 권위와 권력을 유지할 것인가. 이제 선택지가 내 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