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현성

훈련소 편지 24

강동준 2017. 9. 16. 14:08

중대 : 4 소대 : 2 교번 :90

받는사람 : 강현성

보낸사람 : 아빠

내용 : 현성아 미안하다 아빠가 어제 술을 먹고 아침에 일찍 출근을 못하고 9시에 와서 편지를 썼더니 정훈장교 이녀석이 오늘은 9시 16분에 마감을했네. 어제는 11시넘어서 마감을 하더니 우와 짜증난다. 아빠는 출근해서 아침에 편지쓰는게 낙인데 이놈을 우짜지. 소위 녀석이 일을 지가 편한데로 하는데 불러서 혼을 내줄까. 그럴수도 없고 짜증만 나고 현성이 한테 미안하네. 내가 좀 더 일찍 썼어야 하는데.... 아침에 나올때 엄마가 물어보길래 빨리 마감할수도 있으니 써라 했더니 엄마 편지가 마감직전인 9시 3분에 썼더라. 이놈 때문에 5줄을 써버렸네. 정훈장교 이놈 일을 똑바로 해라. 이놈아야. 집에서 밥도 안먹고 미역국 싸와서 삼실에서 아침을 먹는데 이놈 때문에 밥맛도 없네. 항상 같은 시간에 마감하면 그 시간에 맞춰서 할수 있는데 이랫다 저랫다 미친놈 널뛰기 하듯이 왔다 갔다. 에휴. 그만하자. 어제 그러니까 수욜에는 현재랑 졸업식 마치고 무스쿠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졸업생이 있냐고 물어봐서 있다했더니 약 8천원을 깎아주더라. 그리고 현재 학교도 기독교라 예배도 하고 식이 너무 길더라. 담임을 만났더니 여선생님인데 현재가 1문제만 더 맞추었어도 더 좋은 대학을 갈수 있었는데 아쉬워한다고 하면서 엄마는 그게 속이 상한가 보더라. 아빠생각에는 1문제가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쉽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게 오히려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엄마말이 현재가 첫차 타고 들어왔다는데 홍대서 무엇을 했길래 밤새도록 놀았는지 궁금하고 신경이 쓰인다. 밥은 아무데서나 먹어도 잠은 집에서 자라는 말이 있는데 아빠가 현재한테 이야기해야겠다. 그리고 이 편지는 내일 금욜 저녁에 네가 보겠지. 이 시점을 맞추는게 힘들어 매일 아침에 쓰면 그날 밤에 보니 편한데.... 현재가 운전면허증을 따러 가야는데 어제 엄마가 세뱃돈 받는것으로 운전면허 학원비를 조달하라고 하니 현재가 안할려고 하더라. 엄마가 잘못했지. 누가 자기 용돈으로 학원비를 대라고 하면 좋아하겠니. 성동이가 군에서 제대해도 시간이 없어서 면허를 못땃다고 하면서 시간이 있을때 따라고 권하더라. 현재 학원비는 아빠가 줘야지. 종중에서 장학금이 너도 받았지만 180만원 나오잖아. 그돈을 현재에게 100만원을 줘서 옷이나 신발 등을 사라고 줄꺼고 나머지 80만원은 엄마를 줄려고 해. 엄마가 고생했으니 엄마도 보상을 받아야지. 아마 그돈으로 엄마가 학원비를 주겠지. 이건 아빠 생각이야. 그리고 이제 엄마가 갑자기 늘어난 자유시간을 가지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럴때 여자들이 우울증이 온다더라. 자기들은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갑자기 자기가 시간을 투자하는 가족들이 다 떠나 버리면 허전해서 우울증이 온다고 하더라. 다행히 엄마는 탁구와 책읽기와 그림그리기등 취미생활이 있어서 아빠가 조금 맘이 놓인다. 엄마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우울증이 오면 심하게 올것 같아서 아빠가 걱정을 많이 했거든. 다행히 좋은 취미를 가져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현성아 네가 이 편지를 받는 지금은 금욜 밤 9시가 넘었지. 이제 긴 연휴가 남았네. 그리고 오늘은 네 생일이네. 생일 축하하고 아빠가 생일 파티를 준비했어. 기대해바라. 안될수도 있지만 아빠가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기대해. 아빠의 깜짝 선물이야. 이제 너도 만으로 20살이 넘는구나 성인인거지. 성인이 되면 자유보다 책임이 중요해. 그래서 항상 말이나 행동에 따르는 결과에 대해 네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거지. 그래서 성인인 된다는게 힘든거야. 누구나 나이를 먹게되는거니 그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고 다만 그 행동과 말을 얼마나 겸손하고 예의있게 그리고 책임지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평가되는거지. 현성이는 아마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또 편지가 꽉 차는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긴 연휴 잘 보내라. 토욜 아빠는 세명이서 차를 타고 김천간다. 연휴때도 매일 편지할께. 아빠가 맘으로 너한테 세배를 받을께. 세뱃돈은 나중에 줄테니 걱정마라. 사랑하는 아들님 현성아. 새해 복많이 받아라. 너를 많이 사랑한다. 아빠가 보낸다. 잘자고 좋은꿈 꾸렴.목욜 오전 10시

20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