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반응
골수이식의 성공여부는 숙주반응의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숙주반응이 반가운 이유는 이식 성공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난 5월의 골수이식은 절반의 성공에 그쳐 10월에 3차례에 걸쳐 림프구 수혈을 하였다 그 결과 4주가 지난 시점인 11월초에 즐겨 먹던 해장국이 매워서 먹느라 애를 먹었다 같이 먹던 친구가 고추기름을 왜 넣고 먹느냐는 타박도 들었다 평소랑 같은 방법으로 먹었는데 너무 매웠다 또 11월 중순에는 맛나게 먹던 짬뽕이 너무 매워 물을 몇컵 먹고는 매워 했었는데 당시에는 이게 숙주반응인지 몰랐다 그저 매운 음식을 못먹는다 정도였다 행주 산성의 잔치국수의 멸치육수도 매웠고 후라이드 치킨도 매워서 못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12월이 되면서 모든 음식이 떫기 시작하였다 더 떫은 음식을 가리기 위해 골라보니 기름에 무치거나 볶거나 튀긴 음식이 정도가 더 심하였다 떫은 음식의 정도와 종류가 점점 심해진다 단백질인 콩도 두부도 고기종류도 다 떫기만 하다 찐배추와 양배추도 떫다 짠지 싱거운지 신맛 단맛 감칠맛 모두 잃었다 먹는게 점점 고역이다 반찬으로 먹을수 있는게 없다 그저 간장과 물엿으로 조린 연근 콩 우엉이나 겨우 먹는데 이마저도 떫다 잇몸이나 입천장 볼안이 부어올라 딱딱한 멸치나 당근 야채도 먹기 힘들다 이제 찬물에 밥을 말아 마시듯 우거적 씹어 삼키기 급급하다 아프고 떫어도 먹어야 하기에 꾸역꾸역 배를 채운다
병원에서 상황을 얘기하니 스테로이드 처방을 해준다 염증에는 특효이지만 당을 올려 아주 약한 정도로 처방해 주었다 스테로이드를 먹으니 약간은 밥을 먹기가 수월하다 미역국 탕국 굴국 등 담백한 국은 떫기는 하지만 억지로 살기위해 먹을수는 있었다 며칠간은 별 반찬없이 국을 반그릇 정도는 먹었다
그런데 숙주반응이 진화를 한다 손바닥이 건조해지고 식도가 불편하다 입안의 압력으로 물을 넘겨도 식도에서 거부되어 아프거나 통증이 생겼다 물이라도 잘못 마시면 가슴의 통증이 한참이다 도저히 견딜수가 없다 3주전부터 처방은 받았지만 먹지 않고 있던 진통제를 먹었다 입안의 톡톡 찌르는 통증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으나 그래도 완화되고 가슴의 통증도 조금은 덜었다
1달이 넘는 시간 불편한 입안의 사정으로 먹는데 애로를 겪었더니 체중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빠진다 내 생애 최고 몸무게는 99킬로였는데 이젠 79킬로이다 팔다리 근육이 다 없어졌다 뱃살도 없다 20대때의 몸무게로 돌아갔다 모레 병원을 가면 스테로이드 처방을 높여줄지 아니면 최후의 수단으로 면역억제제를 처방해줄지 모르겠다 의사의 처방대로 하겠지만 완쾌하는 길이 참 멀고도 험하다
그냥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참고 견뎌야겠지
힘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