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현성

훈련소 편지 28

강동준 2017. 9. 16. 14:14

중대 : 4 소대 : 2 교번 :90

받는사람 : 강현성

보낸사람 : 아빠가

내용 : 현성아 지금은 9일 저녁 7시 30분이다. 설날인 어제 밤 9시에 출발하여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하여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집에 오니 밤 12시 30분이더라. 아빠가 교통상황을 검색해서 차가 안밀린다 하니 엄마가 가자고 해서 집을 나섰거든, 아니면 새벽 5시에 올려고 했는데 새벽보다는 밤에 가는게 갈수록 체증이 풀릴 확률이 높으니 저녁에 출발했는데 평소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 짐정리를 하고 우편함에 가니 네 편지가 와있더라. 29일 쓰고 1일 부친 편지이겠지. 반거운 맘에 엄마랑 다같이 읽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맘과 현재를 생각하는맘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현성이가 혼자 떨어져 살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것 같아 기쁘다. 현성아 고통과 외로움 그리고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언제나 너를 더 성장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한단다. 성장하기 위해 아프란것은 아니지만 아픔은 늘 성장을 동반한다. 지나고 보면 다 약이되고 살이 되지 그러나 순간만큼은 힘들고 고통스럽지 그래서 누구나 그런 순간을 이겨내고 참고 나아가는 것이다. 어릴때는 부모품에서 그런일들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제는 네가 결정하고 판단하고 헤쳐가야 하는 일들이 태반이다. 부모가 해줄수 있는 일은 가만히 지켜보거나 조언해주는 정도이지. 현명한 현성이는 잘할것이다.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빠 어깨에 맘놓고 편안히 기대렴. 천마디 말보다 때론 가만히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공감하고 힐링될수 있다. 아빠는 언제나 네게 어깨를 빌려줄 준비가 늘 되어 있다. 현성아 아빠는 어제 밤늦게 자서 아침9시에 엄마랑 떡국을 끓여 먹고 당연히 할머니가 주신 곰국 국물과 꾸미, 떡으로 만들었으니 정말 맛있게 먹었다. 또 아빠는 김천에서 떡국을 한번도 안먹어서 더욱 맛나게 먹었다. 당연히 아빠가 끓였지. 너도 알쥐. ㅎㅎㅎ 집에서 어슬렁 거리다 12시 넘어서 현재를 깨워서 점심으로 민석이 삼촌이 사온 소고기를 꾸어서 먹었다. 물론 누가 했는지는 네가 더 잘알겠지. ㅎㅎㅎ. 오후에는 피곤하여 낮잠을 1시간 넘게 잤다. 좀 많이 잔것 같아 몸이 개운하지만은 않더라. 어영부영하다가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서 흑미밥을 안치고 시레기국을 끓였다. 레시피가 중요한게 아니라 아빠가 끓인 시레기국이 한참동안이나 나를 기쁘게 하였다. 40년전 어느 추운 겨울날 시골 아랫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먹던 그런 맛이 나더라. 밥상에는 자반고등어도 올라있고 김장김치도 있고 추억이라는 양념을 더해 먹으니 아빠는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느껴지더라. 아빠 인생에 있어서 먹어본 음식중 단연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그런 음식이었다. 그 감흥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 그런데 이것은 그냥 맛이 아니라 할머니와 시골의 향취와 추억이 있어 아빠를 더욱 흥분하게 하는 것이다. 아빠도 현성이와 어떤 맛에 대해서 아니면 장소에 대해서 물건에 대해서 공유하는 그 무엇을 가졋으면 한다. 또 지난 세월에 현성이가 어떤 것에 대해서 아빠와 공유할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중에 그것으로 넌 아빠를 추억할수 있을것이리라. 없다면 아빠가 네게 해준게 너무 없는 못난 아빠이겠지. 없다면 앞으로 아빠와 만들수 있도록 노력할께 너도 아빠랑 많은 추억을 만들자꾸나. 그리고 이번 7일날 성당 사진에는 네가 안보여 서운하더라. 다른 부모들도 보이지 않아 댓글에 16-1기가 안보인다고 하더라. 아빠 댓글에 군종병이 사진병이 빠뜨리고 찍은것 같다며 다음주에는 잘 찍는다고 하더라. 다음주에는 직접 얼굴을 볼수 있으니 크게 연연치 않는다. 설전날 면회와 관련하여 전화를 다시 할것 처럼 말하더니 어째 전화가 없더라.사정이 있겠지. 현성아 오늘도 수고했다. 물론 이 편지는 모레 저녁에 보게 되겠지만 말이다. 잘자라 사랑하는 아들님 푹 자거라. 아빠가 보낸다. 아빠는 내일 출근한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대북결의문 채택을 한단다. ㅠㅠㅠ. 잘자 굿나잇. 

20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