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현성

훈련소 편지 4

강동준 2017. 9. 16. 13:37

중대 : 4 소대 : 2 교번 :90

받는사람 : 강현성

보낸사람 : 아빠가

내용 : 현성아 저녁 9시에 편지를 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잠자기 전에 현성이에게 무얼 말해주면 좋은 꿈을 꿀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 본다. 오늘은 힘들지 않았니. 화천은 담주까지 영하 12, 3도를 오르라 내리락 하더구나. 날씨가 추운게 제일 야속하다. 어제 서울에는 오후에 눈이 내려 조금 쌓였다. 네 생각하면 눈이 오는게 참 싫어. 아빠는 어제 구미 고아출신인 공무원노조위원장과 청와대 경호실에 있는 우리 신천강가 두분을 만났단다. 오랜만에 같은 일가끼리 만나 재밌게 보냈다. 그런데 너무 과음을 하여 지금 좀 힘들다. 점심때 생태탕으로 해장을 하였는데도 식은 땀이 나는게 영 속이 좋지를 않구나. 그리고 어제 고모가 등업 신청을 해서 아마 오늘 편지를 할것 같구나. 할아버지는 등업을 못하시나바. 오늘쯤에는 손편지가 도착할때가 되었는데 받았는지 모르겠다. 답장 꼭 하거라. 주말에 쉬는 시간이 있을텐데 그냥 놀지말고 엄마한테 편지 꼭 해주라. 많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에 편지 읽는 재미라도 있어야 심심하지 않을텐데 어떻게 편지하는 사람이 부모님과 가족밖에 없어서 어떡하니. 과친구랑 동방애들 연락해서 편지하라고 전해라. 아빠도 군에 있을때 친구랑 고모랑 그리고 여자인 친구랑 편지를 많이 받았단다. 여자인 친구랑은 200통 정도 주고 받은것 같더라.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랬단다. 현성아 이번주는 쉽지만 다음주부터는 총가지고 노는 훈련을 하더라. 아빠는 총이 장난감이었는데 넌 총이 낯설고 널 힘들게 하겠지. 조금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모든 일이 익숙해 지면 편해지기 마련이다. 자전거 타기나 수영을 한번 배우면 영원히 잊지 않는것처럼 몸이 기억하면 그것은 평생동안 가는것이다. 아빠는 의장대 출신으로 총을 돌리는 것을 2시간만에 배웠단다. 물론 총을 떨어트리면 가차없이 구타가 시작되고 또 돌리고 떨어트리고 그렇게 해서 두시간만에 총이 돌아가더라. 익숙함은 또다른 말로 편안함이기도 하겠지. 군복과 워카가 편안하고 익숙해져 간다는 것은 네 생활이 편해진다는 말과 같겠지. 개구리에게 올챙이 시절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초보신세부터 시작되는것이 세상이치자나. 현성이에게도 고참이나 노련함이 묻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야. 오늘 하루도 열심히 훈련하였으니 편안한 잠자리가 되겠지. 현성아 좋은 꿈꾸고 잘자라. 넌 일찍 자는게 버릇이니 군취침시간이 너한테는 안성마춤이겠다. 현성아 내일 또 편지할께. 잘자라 내 사랑하는 아들님아. 쪽쪽~~~~ 추신 3중대는 오늘 수료식과 영외면회 하는구나 니네들도 조금 있으면 수료하고 면회할거야

 201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