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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의 이모저모

강동준 2025. 3. 15. 10:39

존경하는 재판장님 보좌진은 임용할때는 공무원과 같이 20여종이 넘는 서류가 필요하지만 해직이나 퇴직할때는 국회의원의 면직요청서 1장이면 바로 그 날자로 해임되는 현실을 혜량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말은 내가 정치자금법으로 재판받을때 대구고등법원의 최후변론때 직접 한 얘기이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수직관계와 예속정도를 표현한 말이다

의원회관은 300개의 중소기업이 있는 것과 비슷하고 운영방식도 제각기 다르다 다만 9명미만의 소규모 인원이 근무하고 하는 일들이 유사한 점은 비슷하다 사업주인 의원들은 전국에서 가장 고집세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이기적이며 기가 센 사람들만 뽑아 놓은 곳이다 우스갯소리로 일반인들은 회관에 1시간만 돌아다녀도 기가 약해 몸살이 난다는 말도 있다 300개의 방이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동소이하게 운영된다 보좌관을 중심으로 운영하면 큰 문제도 없고 문제해결도 쉬운 편이다 보좌관 중심이 되어 사무실이 운용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옛날 2000년 이전의 보좌진이 주로 하는 일들이 정책질의나 법안발의 심사 질의서 작성 보도자료 작성 밎 배포 등 정책과 관련된 일보다 지역의 민원해결 기자접대 등 정치적인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당시의 보좌진은 잠시 스쳐가는 직종이었으며 정치를 꿈꾸는 정치지망생이 많았었고 보좌진을 발판으로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공공기관 유관협회 등으로 취업해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 당시 보좌진을 향해 평생 보좌관이나 하라는 말은 가장 큰 욕중의 하나였다

보좌진이 되는 경로는 특별히 정해진 경로는 없다 대부분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임용하는게 대부분이다 소수이지만 공채를 통해 뽑는 경우도 있으며 의원이 직접 지역구에서 추천받거나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비밀이나 사적인 일들을 많이 알수 있는 수행비서나 여직원은 비교적 의원이 뽑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다 유력한 후원자나 지역유지가 추천하는 직원이 가끔 있는데 그런 경우이다
보좌진의 역할이나 업무가 워낙 다양하고 전문화 세분화 되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학벌이 좋고 스펙이 좋아도 곧바로 일을 할수는 없다 요즘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먼저 근무하는 선배나 친구 지인의 추천으로 말단 직원인 인턴부터 시작하여 차츰 경력을 쌓으면서 직급을 올려가는게 일반적이다 열린우리당 이후부터는 여야를 넘나들거나 당의 소속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이다 직급을 올리면서 의원실을 자주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의원실 한곳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은 의원이나 직원 모두 도움이 된다

또 직원에 따라 상임위 전문 직원이 있다 보건복지위 농해수위 과기방통위 환노위 국토위 예결위 등 각 상임위마다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깊은 지식과 내밀한 사정을 꿰고 있어 의원은 바뀌지만 상임위를 바꾸지 않는 용병형 직원도 있다
기본적인 임무인 질의서 작성 법안 발의 예산확보 각종 토론회 준비 등에 더해 SNS 담당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언론 출연을 비롯한 홍보를 위한 각종 활동 등 보좌진은 일당백의 역할을 하는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소수의 인원이 근무하면서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하기에 멀티플레이어가 될수밖에 없다  일반회사와 다른 점은 업무의 프로세스나 스펙이 규정화 되고 조직화 되어 있는게 아니라 그때그때 의원의 지시사항이 바뀌면 그대로 따라야 하기에 더욱 힘들다

7명 내외의 소수 인원이 여러가지 복합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수행할려면 팀웍이 매우 중요하다 보좌관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최대한의 성과를 내면서 가성비있게 활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의원실이 되는 지름길이다 일부 의원들이 직원을 직접 지시하고 개별직원 마다 따로 관리하거나 특별히 아끼거나 특수한 관계의 직원을 편애할 경우 그 의원실은 제대로 일을 할수 없게 된다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문제 뿐만 아니라 직원간 소통보다 분열되기 쉽고 일이 능률도 없고 책임전가로 인해 엉망이 되고 결국에는 누군가가 사직을 해야 한다
의원입장에서도 보좌관 1명만 집중해서 상대하는 것이 의원실 운영에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다
보좌진의 업무가 현재는 직업화 전문화 세분화 되었고 보좌관은 모든 업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알아야 일을 지시하고 체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보좌관의 정년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또 대기업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 국회를 상대로 하는 대외협력기관의 실무책임자로 가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최근에는 법무법인에서 보좌관을 채용하여 입법단계에서부터 합법적 로비와 정보를 필요로 한다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이 되기도 하고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민주당이 보좌진 출신 의원이 더 많다

반면에 일부 의원들은 젊은 보좌관을 두어 직접 통제하는걸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수직적 관계이고 나이가 어린 보좌관은 의원의 지시를 거부없이 수행하기에 의원들이 편하게 보좌진을 운용하길 원하는 경우에 선호하는 편이다 즉 참모나 동지역할을 하는 보좌관보다 집안의 마름이나 머슴 역할을 하는 보좌관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다선의원이거나 정치지도자급의 보좌진은 대부분 보좌진의 교체없이 오랜시간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노포일수록 종업원들의 경력이 오래되어 숙련도가 높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보좌진의 잦은 교체로 유명한 의원실도 있고 단 한명의 의원을 모시고 그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어 보좌관으로 일하고 퇴직한 경우도 보았다 또 여성 보좌진보다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여성의원실도 남자 보좌진이 더 많다 높은 업무강도와 일의 특성상 아무래도 남자들이 유리한 편이다

선거를 할 경우 제일 필요한 것은 공천이며 선거구도를 만들고 기획을 하여 선거를 치루는 것이다 각당의 사정에 따라 공천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실세 권력자는 자기 권력을 지키거나 확장하기 위한 다툼을 개혁 민생 변화 등 그럴싸한 각종 명분으로 포장하여 선전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권력 실세들에게 줄을 서거나 누가 공천실세인지 파악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라 하겠다
공천과 선거경비 문제를 의원과 같이 의논하고 상의하여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보좌관이 진짜 실세 보좌관이다 대부분의 보좌관이 선거관련 인쇄물이나 현수막 차량 등 선거구호 슬로건 공약 등에 매몰되어 있는데 이걸 뛰어넘어 선거사무실의 모든 분야를 알아야 되고 그중에서도 공천과 선거비용을 다룬다면 제대로 된 보좌관이다 이런 일들은 선거법위반 사안인 경우가 많아 의원의 최측근이거나 믿을수 있는 보좌진만 알수 있고 논의하기 때문이다
이런 믿을수 있는 보좌관을 찾을려고 혈연 지연 학연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여 차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려는 것이다
보좌진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의원을 위해 대신 처벌을 받은 보좌관은 기본적으로 신뢰할수 있는 성골 보좌관이다 의원 사무실의 은밀한 일들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법적인 문제가 되는 사건들은 대부분 내부자 고발이나 내부 알력이 문제되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이 태반이다 한번의 잘못으로 정치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드물기는 하지만 보좌진이 의원의 약점을 이유로 호가호위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직업이 정치인이다 합법 불법 편법 위법이 종이 한장 차이일 뿐이다
면직요청서 한장이 가지는 힘을 두려워 할줄 알아야 한다 과유불급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