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현성

첫면회 2편 32시간의 외출

강동준 2017. 9. 17. 08:48

부대를 출발하여 2킬로쯤 내려오니 1대대 간판이랑 검문소가 있는데 외박증을 보여주니 가라고 하는데 고등학교 친구 아들이 38연대 1대대로 간게 기억이 나서 누구를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하네. 하여튼 그 부대가 1대대인것만은 분명하고 전투지원중대 기관총으로 갔는데 군생활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성이도 원래대로 였다면 1대대 어느 중대의 기관총으로 갔을거라고 생각하니 약간은 우습기도 하였다. 부대에서 화천까지는 27킬로인데 중간에 면소재지의 마을 이름이 산양이었다. 문경 산양이 생각나 혼자 웃고 말았다. 5번 국도를 한참 내려오니 화천군도로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길래 군도로 조금 올라가면 상서면 봉오리가 신병교육을 받은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현성이는 생각하기 싫은 곳이라고 하기에 왜냐고 물었더니 별말이 없다. 아마도 추운 날씨와 첫 군대의 기억이 좋을 리는 없지 싶어서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화천읍내에 있는 칠성회관은 화천읍 근처에 있는 7사단의 군인휴양소이다. 마침 읍내에 있어서 교통도 좋고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일단 체크인을 할려고 하니 2시가 되어야 입실이 가능하다고 해서 지난번 수료식때 갔었던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읍내에는 군물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여러군데가 있다. 주차장 옆에 있는 가게로 가서 대한민국 육군 ROKA 이 명찰을 왼쪽 가슴에 오바로크를 하고 오른쪽 팔에 부착할 태극기를 샀다. 군내에서 사용하는 태극기는 국방색이고 외부에 나가면 보통 태극기 즉 흰색 태극기를 부착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보급품이 모자라고 또 개인이 옷에다 직접 부착해야 하지 속으로 의아해 하면서 국방위에 있는 후배나 상임위에 물어보거나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담당자가 답변하기 꽤나 힘들텐데라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군인이 사비로 물품을 사거나 한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가게 주인에게 자장면을 잘하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친절히 밖으로 나와서 어디로 가라고 한다.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일러 수료식때 먹었던 식당뒤를 보니 산천어시네마가 보인다. 현성이랑 가서보니 귀향이랑 다른 영화 두편을 상영한다. 그래서 450분 영화를 예매하고 천천히 중국집으로 갔다. 가면서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니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쟁반자장과 간짜장 그리고 라조기를 주문하니 꾼만두가 서비스로 나왔다. 손님이 20여명 있는데 대부분 군인들이다. 군인들이라 그런지 잘도 먹고 많이도 먹는다. 음식의 질이야 시골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양은 적지 않다. 배고픈 군인들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맘이지 싶다. 현성이도 만두, 자장면, 라조기를 맛나게 잘도 먹는다. 밥을 먹고나도 이제 겨우 12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라 시장구경을 나섰다. 시장이래야 직선으로 100미터도 채되지 않는 골목의 양쪽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천천히 구경을 하였다. 감자탕집, 순대국밥집, 통닭집, 햄버거집, 분식집 등 어디를 가도 군인이다. 모든 가게가 다 많은 것은 아니고 몇몇 가게에만 군인이 가득하다. 아마도 그중의 맛집이지 싶다. 화천읍내에 다니는 군인은 대략 세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부모랑 면회온 군인, 두 번째는 애인이 면회 온 군인, 마지막으로 군인들끼리 다니는 군인이다. 이날은 비도 많이 오고 하니 낮술 먹기에는 그만인 날씨탓에 군인끼리 나온 군인은 얼큰하게 한잔들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우리는 딸기랑 한라봉 그리고 슈크림, 마늘빵 등 몇 개를 사서 엔젤리너스 커피숍으로 갔다. 갈때도 없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왔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자리가 참으로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그래도 아들이 옆에 있으니 레몬차를 사서 2층 편안한 소파가 있는 곳에 가니 현성이는 아까 차에서부터 내폰을 에그로 삼아 와이파이를 켜고 톡과 만화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도란 도란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칠성회관으로 가서 방에 입실을 하였다. 지난번 방보다는 크고 좀더 새로웠다. 침대에 눕고 각자 폰을 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마침 마누라는 책을 두권가지고 와서 책을 보고 난 티브를 보고 현성이는 톡하면서 낄낄거리며 좋아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할머니랑 통화하고 고모랑 화상 전화를 하니 치과에 갈려고 서울가는 고속버스에 있다며 평택쯤 지난다고 한다. 할머니도 화상전화를 할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다가 영화 시간이 되어서 차를 타고 태워줬더니 지갑을 두고 와서 다시 가서 영화표를 가지고 와야한다기에 비도 오는데 두 번을 왕복했다. 외박증도 왕복하더니 이녀석도 면회오니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것 같네. 난 그사이에 목욕탕에서 간만에 몸을 담그고 푹 쉬었다. 시간도 보내야 해서 냉온탕을 다니고 사우나에서 오랜만에 1시간을 보냈다. 630분쯤 되었는데 부대에서 전화가 왔네. 현성이의 사수이자 주번하사인데 현재 어디 있으며 숙소가 어딘지를 묻네. 신병이 외박을 나가면 숙소와 현위치를 보고해야 하는데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상세히 설명드리고 영화 관람중이라 만나면 전화를 하라고 하겠다며 끊었다. 조금 있으니 현성이가 톡전화가 와서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지난번 가지 못했던 마포갈매기에 갔다. 갈매기살과 돼지갈비 그리고 껍데기를 시켜 소주를 먹었다. 현성이는 아직 술을 잘 먹지 못하고 홀짝홀짝 술을 맛보고 있길래 그렇게 먹으면 안된다고 알려줬다. 또 술을 받을줄도 몰라서 왼손으로 받기도 하고 그런다. 그래 술 잘먹으면 몸만 해롭지. 안먹어도 된다. 기분좋게 비오는날 술도 먹고 고기도 먹고 같이 잘수도 있고 참으로 좋은 날이다. 저녁으로 현성이는 좋아하는 냉면을 먹고 마누라는 누룽지를 먹었다. 난 소주를 한병 더 먹었다. 계속 비가 와서 운전을 하여 숙소에 왔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아주 나이많은 할아버지가 지키는 옛날 구멍가게에 가서 빨간소주와 오징어 땅콩을 현성이랑 둘이서 사서 방으로 왔다. 엄마는 과일을 먹고 우리는 종이컵에 술은 먹고는 나른한 피곤에 절었다. 방이 어찌나 덥든지 창문을 열고 자야할 판이었다. 양치를 하고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중간중간에 열어둔 창문에서 찬바람이 들어와 두 번이나 닫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