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먼저 이 글을 읽고 너를 사랑하는 아비의 맘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험난한 파도와 같은 고비의 연속인 인생을 살면서 참고하여 살아가기를 바래 몇자 적어본다.
인간은 본래 타고나기를 선하게 타고났다. 성장해 가면서 욕망이 늘어나 이기주의에 빠지는 것이란다. 요즘 교육은 인성에 대한 교육이 없거나 부족해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 질서에 충실해야 하는 법과 원칙이 무너진 승자 독식주의 때문에 결과에만 집착한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인간의 직업중 가장 좋은 직업이라면 단언코 성직자라 할 수 있다. 신부가 되거나 스님이 되거나 목사가 되어도 좋다. 깨끗하고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직업이 가장 좋단다. 성직자가 되지 못한다면 다음으로는 예술가가 되어라. 예술가는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절대 고독자의 상황이나 직업으로만 본다면 꽤 괜찮은 인생일 것이다. 예술가도 어렵다면 농민이나 어부가 되어라. 자연에 순응하며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서도 경외감을 가질 수 있고, 겸손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것도 어렵다면 선생님이 되거라. 새싹을 키우는 농부의 마음으로 후손을 키울 수 있으니 이 아니 즐겁지 않겠느냐? 이도 아니면 기업가가 되어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다. 창조적 사고방식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기업가가 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창조적 생각을 하다보면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고 정주영, 이병철, 빌게이츠 등 성공한 기업가는 돈벌려고 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또 요리사라는 직업도 있다. 요리사는 농업과 같이 뿌린대로 거두는 직업이다. 결코 타인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속일 수 없는 직업이다. 아들아 난 너희들이 역사적인 인물이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쿠데타를 해도 승자의 기록만이 존재하는게 역사이니 그 역사적인 인물이란 것이 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온실의 화려한 화초보다 길가나 산과 들에 피어있는 야생화가 훨씬 더 아름답고 향기로우며 생명력이 강함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 세태의 시각으로는 맞지 않는 얘기일수도 있으나 타고난 마음을 다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이런 직업들이 좋다는 생각이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이모할아버지 두분 얘기를 해주마. 문경이모부는 종가집 장손으로서 타고난 재주를 발휘할 기회도 가지지 못하였다. 그것은 시대를 잘못 만났고 또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다보니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해도 젊은 시절에는 가슴앓이를 많이 하셨을 게다. 낭중지추란 말을 알고 있지. 이모부는 농협이란 조직에 평생을 헌신하셨다. 마지막 남은 직위가 조합장이란 직책인데 이유야 어찌되었던 그것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시고 표표히 살고 계신다. 이것이 낭중지추의 발현이란다. 인간 내면의 겸손이 실제 생활로 이어졌으니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는 네가 내 나이쯤에는 알 수 있을게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코 아무나 못한단다. 불가에서 말하는 오욕칠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본능적으로 가진 욕망을 이성으로 누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다. 상주이모부 또한 마찬가지로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승진, 국가와 지역에 대한 애정, 봉사, 사회적 지위, 존경 등 모든 기회와 기득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인생을 관조하면서 살고 계신다. 참다운 인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어려운 결단이다. 이분들의 마음은 잘 닦여진 구슬처럼 맑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욕심과 탐욕으로 채워져 있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너희들도 채우기 보다는 비우려 애를 써라. 구멍난 독에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울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단다. 오히려 구멍난 것을 인정하고 비우고, 비어있는 상태를 인정할 때 비로소 행복해 질 수 있단다. 비워야만 행복할 수 있다. 명심하거라.
이제 마음을 비웠으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봉사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마더 테레사처럼 봉사하는 삶을 살아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어느 공익광고에 나오는 카피처럼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봉사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많단다. 주변의 소소한 친절들, 관심과 애정, 양보와 이해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너희들은 인생의 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밥과 자기 논에 들어가는 물은 볼수록 기뻐다고 하지만 봉사 후에 느끼는 기쁨은 또 다른 세상의 기쁨이다. 좀 더 어릴 때 그 기쁨을 느끼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빠도 10년 이상을 구미에 있는 복지기관에 매월 후원하였는데 금액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큰 기쁨이었다. 봉사의 재미를 맛보면 그 어떤 일보다 보람 있는 자기만족이 있단다. 또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봉사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고 죽을땐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단다. 가지고 갈수 없는 것을 욕심내어 무엇하겠니? 오히려 후손들에게나 동시대를 사는 동반자에게 돌려주고 가는게 맞지 않겠니? 아빠도 말처럼 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단다. 아직은 도화지에 스케치도 못한 너희들의 인생에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은 욕심에 몇자 적어 보았다. 다 적고보니 잔소리를 궤변처럼 늘어 놓았구나 그래도 아비된 자의 욕심이라 생각하거라. 아들아 난 너희들을 사랑한다.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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