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위한 여행 19-3
눈을 뜨니 새벽 5시가 넘었다. 아 뭘하지 텔레비전을 볼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따라가지 않겠다는 현성이를 달래어 방을 나서서 1층에 있는 피트니스센터로 갔다.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규모보다야 작지만 나름대로 있을건 다 있다. 현성이는 스윽 보기만 하고는 운동하라고 할까봐 줄행랑이다. 런닝머신이 5대이고 싸이클이 1대이면서 웨이트 머신은 10가지 정도라 기본은 할수 있을 것 같다. 이것저것 몇가지 운동을 하고 방으로 왔다. 어제 밤에 사온 라면과 사무실에서 가져온 거미새 양념, 어제 남긴 회를 넣고 끓일려고 하는데 현성이는 거미새는 맵다고 자기것은 따로 끓여 달라고 한다. 작은 냄비와 큰 냄비에 라면을 끓여주니 잘 먹는다. 현재와 우리는 매운 거미새 라면을 맛나게 먹었다.
하루 더 숙박할 예정이라 대충 방을 정리하고 길을 나섰다. 오늘 비가 영동지방에 200밀리 온다고 하더니 하늘이 우중충하다. 그래도 차에 우산이 2개 있고 여차하면 숙소로 돌아오자고 하였다.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는게 아니라 고성의 항구를 들러고 해변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백도해변, 봉수대 해변, 가진항, 거진항 화진포를 지나니 통일전망대 입구이다. 거진항은 몇 년전 친구들과 여행중에 들렀는데 성게를 손질하는 아줌마들이 수십명이 모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 어촌계장이 없는 틈을 타서 한병에 5만원을 주고 성게 알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양과 맛난 성게알을 회 양념으로 먹은 추억이 있어 남달랐던 항구이다. 그런데 사실 여기를 들르기 전까지는 거진항인지 가진항인지 몰랐다가 이번에 와보니 거진항이 그때 성게알을 사먹었던 항구인 것을 확인하였다. 화진포는 김일성별장과 이승만별장 이기붕별장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 다 보았던 곳이라 그냥 지나쳐 왔다.
통일전망대 입구에 들르니 주차비가 5천원이고 입장료가 1인당 3천원이다. 우라질 별것을 다 돈을 받는다. 주차비도 서울사람 뺨친다. 20분마다 출발한다고 하여 10시 40분에 출발하고 올라가니 곧 통일전망대이다. 여기도 예전에 와보았는데 새로이 전망대가 생겼다. 금강산 자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남방한계선과 휴전선이 바로 코앞이다. 그리고 경의선과 금강산 도로도 훤히 보인다. 새로 생긴 전망대에 오르니 층수가 높아 더 잘 보인다. 시대가 남북협력시대라 그런지 별다른 감흥은 없고 애들은 칭얼된다. 배고프다. 재미 없다. 다리 아프다. 늘 입에 달고 다니는 3종세트다. 12시가 다되어 가니 나도 배가 슬슬 고프다. DMZ박물관은 그냥 패스하고 속초에서 유명한 오징어물회를 먹으려고 나섰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맛집을 추천을 받았다. 국회 고성연수원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후배에게 맛집 추천을 요청하였다. 그중의 하나가 이집이다. 완도물회집이다. 먹거리 골목에 작은 식당이다. 입구의 안내판을 보니 대기 이름쓰는 곳이 100번까지 있다. 나름 맛집으로 이름이 있는 모양이다. 오징어물회와 가자미물회 그리고 두가지 회덮밥이 메뉴의 전부이다. 물론 다른 메뉴도 있지만 이게 거의 전부다. 오징어 물회는 오징어를 아주 가늘게 채썬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아마 상당한 내공의 칼잡이 인 것 같다. 가자미회는 경상도에서는 미주구리라고 하는 물가자미를 물회로 만든것인데 마눌이 먹는 것을 맛보았더니 물가자미는 무침회로 먹어야 제맛 일게다. 이건 미주구리회에 입맛을 들인 경상도 사람의 한계일수도 있겠다. 오징어물회는 먹을만 했다. 가격도 1만원이니 아주 비싼건 아니다.
이제 속초관광시장으로 갔다. 주차장부터 만원이다. 길건너 씨앗호떡집에 들르니 줄이 없다. 각자 하나씩 입에 물고 시장구경을 나섰다. 1300원이니 싼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별다른 것들은 없다. 다행히 성수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치이는 일은 없다. 반석 닭강정은 지난번 위생점검에 걸린터라 그런지 닭강정을 만드는 점포가 흡사 반도체 회사처럼 위생복에 투명 방진문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음식을 만드는게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도 손님은 그집이 제일 많고 이날도 줄서서 사는 집은 만석뿐이더라. 우리는 현성이가 먹어본 집중에서 더덕 닭강정이 그나마 낫다길래 더덕 닭강정을 샀다. 결과적으로는 거기에서 거기다. 별다른 맛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친이 부탁한 가자미 식혜도 살겸 둘러보는데 시장안 관광객이 붐비는 곳에는 1킬로에 25000원이라고 써 놓았다. 시장 뒤쪽 어물전쪽으로 가니 젓갈집이 몇 군데 있는데 거기는 1킬로에 2만원이다. 그래서 택배비 3천원을 주고 택배를 부탁하고 난 500그램짜리를 샀다. 돼지국밥 골목을 돌아 보니 비가 후두둑 내린다. 재빨리 차를 타고 속초 동명항 위쪽의 소개받은 커피숖을 찾아 갔다. 다들 바닷가 수평선이 보이는 커피집이건만 숙소로 가자고 한다. 피곤하고 재미없다면서 가자고 하길래 숙소로 돌아왔다. 프런트에 들러 수건을 달라해서 더 가져오고 방에서 조금 쉬다가 6시가 조금 안되어 이른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아야진항에 있는 오미식당인데 이곳은 맛있는 녀석들에서 속초 맛집으로 소개된 집이다. 이집 냉면은 비냉, 물냉이 아니다. 양념을 넣고 식초 겨자 설탕을 각자 알아서 넣고 차가운 육수를 적당히 넣는 그런 집이다. 전분위주로 만든 냉면집이다. 다 먹고나면 먹으라고 주는 온육수가 있는데 이게 아주 맛난다. 내 입맛에는 온육수가 제법 품격이 있는 집이다. 수육은 양은 많은데 그저 그렇다. 이번 여행은 냉면여행이라고 할수 있는데 식구들이 다들 냉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계절이 냉면 먹기에 좋은 그런 탓이리라. 양평의 옥천냉면은 수육이 최고이고, 영광정은 막국수 그 자체가 맛나고 오미식당은 온육수가 제일이다. 참고로 사골육수이다. 내일 먹을 아침을 위해 마트에서 마눌은 누룽지를 현성이는 컵 짜파게티를 현재는 매운 불닭볶음면에 삼각김밥, 치즈를 샀다. 이제 비가 제법 솔솔 내린다. 오늘은 술을 먹지 않고 그냥 잘려고 한다. 내일 비가 많이 온다는데 갈일이 걱정되기도 하고 혼자 먹는 술이 별 맛이 없다. 아들들이랑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냥 푹 잤다. 밤새 비소리가 그치지를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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