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위한 여행 19-2
화요일 아침에 여느때와 다름없이 눈을 뜨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다.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현성이와 함께 사우나에 갔다. 현성이가 군에 있을 때 면회를 가면 가끔 갔었던 화천의 칠성회관이 생각난다. 동네 목욕탕보다 작은 탕과 샤워기등이 마치 칠성회관 복사판같다. 냉탕과 사우나를 번갈아 들며 아들이랑 사우나를 하는 재미를 맛보았다. 녀석이 너무 일찍 나가는 바람에 등을 밀어 달라는 말을 못했다. 8시가 되어 식당에 내려가니 제법 사람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국과 밥 그리고 과일과 우유, 죽까지 그럴싸한 아침이다. 반찬은 10가지 정도인데 6천원인걸 감안하면 충분한 양과 질이다. 짐을 챙겨 10여분을 올라 가니 삼양목장이다. 근데 아무도 없다. 입장료는 연수원에서 주어 할인이 되는데 목장 상황이 양이나 소에게 먹이주는 체험과 양우유 먹이는 체험은 안되고 풍력발전단지도 출입이 제한되낟고 한다. 그럼 볼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삼양목장은 가지 않기로 하였다. 나오는 길에 삼양라면을 팔고 있는데 20개 한박스에 만원이란다. 싸서 살까하다가 아무도 안먹는다기에 그냥 나와버렸다. 내려오는 길에 하늘목장이라고 관광객 전문 목장이 있어 주차장에서 보니 양 몇 마리만 돌아다니고 있다. 날씨도 흐리고 보슬비도 오고 안개는 자욱하여 목장체험은 안하기로 하였다. 목장체험은 아마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예상된다.
횡계를 출발하여 동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를 지나 해발 1,100미터 고지에 있는 안반데기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길과 급경사를 올라서니 안개가 심하여 아무것도 안보인다. 전망대에 앉아 날씨가 추워 따뜻한 차를 주문하고 보이지도 않는 경치를 구경하였다. 이곳은 65만평으로 우리나라 최고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이고 고랭지 채소를 키우고 있는데 안반은 칼국수를 밀 때 쓰는 나무받침이 안반이고 데기는 언덕을 말하는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급경사에서 밭고랑을 어떻게 만드냐고 물으니 편평한 곳은 트랙터가 하지만 경사가 심한 곳은 포크레인이 골타는 작업을 한단다. 그것도 올라갈 때는 하지 못하고 내려오면서 고랑을 판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이곳의 규모가 우리나라도 이런 곳이 있나 할 정도로 광대하기 그지없다. 고지대라 한여름에도 날씨가 선선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외부인들은 밭에 절대 못 들어가게 한다. 혹시라도 작물에 전염병을 전파할까 하는 농민들의 마음이다.
안반데기를 강릉방향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여 감자종묘원을 지나 교동반점으로 갔다. 원조 교동반점에는 줄을 서고 있기에 주차하기도 어렵고 또 교동반점의 짬뽕을 만든 사람이 하는 주차시설이 완비된 현대식 건물이다. 이집이 교동짬뽕 원조집이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맛은 두집다 똑같다고 한다. 짬뽕을 먹고 국물에 공기밥을 반그릇 말아먹었다. 예전보다 특별히 밧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가족이 같이 맛집 탐방을 하고 아빠가 좋아하는 게 무언지 알려준다는 생각이 드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정동진으로 갔다. 10여년전 가보고 안가서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보니 별로 바뀌지는 않았다. 모래시계공원도 그대로이다. 다만 공원을 도는 순환자전거 열차와 정동진역을 들어가려니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라고 한다. 또 밖에서는 정동진역의 소나무가 보이지 않게 다 막아 놓았다. 입장권이야 그렇다 하지만 밖에서 소나무를 보지 못하게 철옹성을 쌓듯이 막아놓은 것은 치사하다 못해 구차스럽다. 산위의 썬크루즈 콘도는 예전에 비싸게 돈을 주고 잔적이 있는데 애들은 그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기도 입장료를 받고 있다. 치사하다. 입장료가 5천원이다. 안보고 만다. 예전에 숙박했을때 콘도 바로 옆에 군 초소가 있어 놀러온 사람과 밤새 보초를 서야하는 사람간의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의 삼척항 북한선박 출입을 여기서도 알아채지 못한건 사실이다. 텅빈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발길을 옮겼다. 안목항으로 가야한다.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를 갔다. 휘휘 둘러보니 약 500미터가 넘는 거리 전체가 커피집들이다. 그중에서 외부로 테라스가 설치된 집에 갔다. 1층부터 5층까지 전부가 한집이다. 창문을 열고 앉아 있으니 바람을 솔솔 불고 배는 부르고 잠이 슬슬 온다. 누구는 화장실을 가고 누구는 구경을 하고 각자 한가한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안목항은 몇해전 울릉도 갈적에 들렀던 곳이라 낯설지는 않다. 그때보다 더 늘어난 커피집들이 이곳이 커피거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길을 나섰다. 조금 가니 경포대이다. 잠깐 내려 경포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고 또 해안도로를 가니 강릉이 커피가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인 박이추 커피집이다. 정식 명칭은 보헤미안 로스터이다. 드랍커피가 유명하다. 커피를 안먹으니 그냥 외관만 구경하고 길을 재촉하였다. 주문진항을 들르니 예전에 있던 난전은 전부 철거를 하고 안보인다. 신식 건물로 치장을 하고 칸칸이 다른 해산물을 판다. 너무 낯선 광경이다. 흥정하고 해산물을 사서 회뜨는 집에서 기다리는 이런 맛이 있었는데 전혀 없다. 그냥 차를 빼서 조금 올라오니 그곳에 천막이 있다. 아마 노점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게로 가지지 못하시는 분들은 재래시장을 별도로 만든 모양이다. 가보지 않아서 짐작할 뿐이다.
양양을 향해 오니 낙산사 해수욕장이 생각났다. 당숙이 운영하는 콘도에 애들이 어렸을 때 잔 기억이 있다. 해리포터의 성처럼 생긴 나무로 만든 성들이 있을 때 왔었는데 이젠 타버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애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당숙이 하는 콘도도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별로 사람들이 안보인다. 낙산사를 지나 영광정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이집은 냉면이 아니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이다. 정주영 현대회장이 단골로 다녔다고 하는데 그건 별 상관이 없다. 10여년전에 갔었고 작년인가에 갔었던 집이다. 메밀로 만든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을 두어국자 넣고 참기름, 식초, 겨자, 설탕을 적당히 넣고 잘 버무려 먹는데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다. 곱빼기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다음에 맛나게 먹기위해서 보통을 먹었다. 정말로 맛나게 먹었다. 양양공항을 지나 시골길 도로변에 주황색 기와지붕을 한 특별한 맛집이다. 시간이 일러 대포항에 들러 새우튀김을 사고 동명항에 들러서 회를 3만원어치 사서 회뜨는 집에서 품값 3천원을 주었고 오징어회만 파는 동명항 입구에서 오징어회 만원어치를 사니 두마리를 준다. 이제 고성에 있는 국회연수원을 가야한다. 속초를 벗어나니 아야진항을 지나고 바로 있다. 숙소에 짐을 부리고 아침에 먹을 라면을 사러 아야진항에 들렀다. 예전 시골 점빵규모의 가게에서 라면과 소주 두병을 사서 숙소로 왔다. 물가자미, 오징어, 복어, 뽈락, 멍게, 잡어로 회를 준비하고 소주 두병을 현성이가 도와주어서 잘 먹고 잠이 들었다. 회를 다 먹지 못하여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아침에 라면에 넣고 끓일 참이다. 이렇게 길고 긴 둘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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