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번개모임이 결정되고 난후 내겐 큰 기쁨과 환희의 순간이 그려지고 있었다 발병부터 중환자실 퇴원 무균실 이식 림프구이식 숙주반응 10미터를 걷지못하고 계단은 아예 오르지 못하고 이식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숨가쁘게 조여오는 맘속의 갈등 불안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있었는데 그런 모든 순간들을 지나고 16개월만에 만날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고 반가운지 또 이젠 앞으로 자주 볼수 있을거란 부푼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어떤 코스를 돌며 무슨 말을 하고 소개할까 또 무얼 먹을까 등등 기쁜 고민의 연속이었고 오늘 새벽에는 3시가 못되어 잠에서 깨어 아침까지 자지 않았다 내게는 오늘의 만남이 그렇게 큰 일이었다 물론 톡으로 매일 만나지만 오프로 보는건 정말 기쁘기 그지없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락호라는 말이 실감난다
10시에 집을 혼자 나섰다 보호자인 집사람도 없이 나선 일은 처음이다
11가 약간 넘어서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나 덕수궁으로 쟈철타고 가니 태극기가 넘실거리고 고막을 자극해 주는 시위소리가 마치 활어처럼 싱싱한듯 생동감있게 들려오더군
덕수궁 한바퀴 돌아보고
정동길을 걸어 돌담길을 걷고 구법원을 멀리서 보고 중명전 을사늑약 장소 구경하고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이화학당을 보고는 미대사관저를 지나 아관파천길을 보고 영국대사관저도 지나고 성공회 성당을 지나서 조실장이 미리 기다리는 서울식 해장국집인 청진옥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네 입맛이 안맞는 데도 불구하고 맛나게 먹어주니 고맙지 나도 맵지 않고 먹을수 있어서 밥한그릇 뚝딱했네
조계사 찻집이 문을 닫아 대웅전만 보고 우정총국은 기와만 보았네
안녕인사동을 지나 찻집에서 쌍화차를 한잔씩하니 준환이와 규영이가 합류하였고 안국동 사거리에서 탄핵찬성 시위도 보고 헌재를 멀리서 보고는 운현궁에서 휘휘 둘러보았네
낙원상가를 지나 익선동 사람구경하고 갈매기살 골목 초입의 야외 천막에서 모듬구이로 술한잔 하는데 진규니가 와서 핲류하였다 다들 날씨가 추워서 오래있지는 못했다
낙원상가 아구찜 골목에서 뜨끈한 아구탕 아구찜 지리 파전으로 한꼬뿌하고 다시 종로3가역 오뎅탕을 먹고싶은 친구가 있어 또 한잔하였다 규영이가 인근 낙원동 떡집에서 집에 갖고갈 선물을 준비하여 다들 금빛보자기로 싼 선물용 떡을 들고 다같이 다녔다 혼자라면 그렇게 들고 다니지 않을텐데 단체로 그러고 있으니 누가봐도 일행인줄 짐작할수 있더라
6시 30분에 준환이 가고 영헌이 가고 나머진 설역으로 쟈철을 타고 와서 아아 한잔으로 마무리하고 다들 헤어졌다
청진옥하고 인사동 쌍화차 갈매기살 고기는 영헌이가
아구찜집은 요혁이가
오뎅탕집은 준환이가
내고 재홍이가 보탰어
설역 커피는 진규니가 기마이 했고
익재가 스폰한거는 킵했다네
헤어져 집에 와서 생각하니 감회가 참으로 남다르다 기대와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감동적이었고 기쁜 마음이다 다들 만나는게 혹시 나만의 짝사랑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가슴 뭉클함이 있더구나 다들 고맙고 감사하다
자리를 마련해준 영헌이와 함께해준 모든 벗들에게 감사하네
다들 건강에 조금만 관심가지고 행복한 여생을 다같이 누렸으면 하네
4월 울산모임에서 만날때까지 살아갈 힘과 자신을 얻었네
병원가는 일 말고는 외출할 일도 거의 없는데 오늘 10시간이 넘는 외출과 14000보의 강행군이 조금 피곤하지만 견딜수 있는 체력이 있음을 알아 더욱 기쁘기 그지없다네
다들 행복한 밤 되고 좋은 꿈 꾸기를 바라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