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목욕탕 이야기

강동준 2022. 4. 30. 18:57
목욕에 대한 추억바구니

공중목욕탕이 있는 시내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아버지따라 목욕한 얘기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엄마따라 여탕간 이야기들을 한다

시골에서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쇠죽솥에 물을 끓여 빨간 다라이에 형제가 순서대로 목욕을 하였다 또 더러운 물에 나중에는 식은 물로 목욕을 추석이나 설전에 하였다는 얘기는 거의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나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내가 형이라 마굿간 문을 닫고 먼저 씻는 호사를 누렸다고 해야하나
그뒤 언제 처음으로 목욕탕을 갔는지 기억이 없다 국민학교 입학전 부모님들과 유성온천에 가족여행을 가서 가족탕에서 목욕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또 할머니의 여동생 즉 이모할머니가 부산에 사셨는데 정원에 있는 조그만 풀장이랄까 아니면 자그만 야외목욕장이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목욕탕이다

선거때가 되면 난 새벽에 사우나를 간다 구미 있을때도 대구에서도 김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구미는 공단본부에 있는 호텔 사우나를 갔었고 대구에서는 대현동 모텔이 사우나를 같이하는 곳을 이용하였다 김천에서는 시청앞을 이용하고 가끔 부곡동 사우나를 이용하였다 선거때는 7시부터 출근인사를 하니 그전에 한시간쯤 목욕을 할수 있었다 온탕 냉탕 사우나 수증기를 쐬고나면 몸도 가뿐하고 피부도 탱탱하다 피하노폐물을 제거하니 피부에 좋을수 밖에 없다

사우나를 처음 배운건 대학원 시절이다 지도교수가 조아하는게 사우나와 맥주 그리고 와인이었다 몸만 씻고 나가듯이 급하게 후다닥 탕에 있다가 나가는데 이때 사우나의 맛을 보았다

마사회 시절에는 마사회 복지관에 식당 헬스장 이용실과 함께 사우나가 있다 직원 전용이라 거의 혼자나 둘이서 사용하는 전용이었다 직장내에 사우나가 있는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아버지랑 목욕을 간것은 최근의 일이다 20년 선거때 나랑 인연이 깊은 김태섭 형이 부곡동 사우나 티켓을 엄청 많이 구해주어 직원들이랑 쓰다가 몇장 남아서 아버지랑 같이 목욕을 하였다 뼈밖에 없는 늙은 아버지의 몸을 씻겨드리는데 마음이 아팠다는 기억만이 뇌리에 있다

아들만 둘이 있는 내게 자식이랑 목욕가는건 아들가진 아빠의 특권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난 그 특권을 별로 못 누려봤다 아들 둘다 몸에 열이 많아 겨울에도 집에서는 거의 속옷만 입고 지낸다 어쩌다가 목욕탕을 가자고 꼬셔도 좀체 목욕하길 싫어한다 또 가뭄에 콩나듯 목욕탕에 가면 냉탕에서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기만 하니 자주 데려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작은애가 어릴때 아토피가 있어 덕구온천엘 간 적이 있다 뜨거운 온탕을 싫어하는데 꼭 안고서 온탕에 두어번 앉았다 일어섰다를 한게 전부인데 이틀을 목욕하니 아토피가 없어지고 매끈하게 피부가 변하는걸 보고 덕구온천이 국내 유일 용천수이고 효능이 있음을 실재하였다
아들가진 특권도 별로 못누려 보았다 딸가진 부모들의 자랑을 듣고도 애써 모른척 할수 밖에 없다

집의 내자도 목욕탕 가는걸 싫어한다 결혼하고 목욕탕 가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당연히 시어머니랑 목욕도 안갔다 그럼에도 내자랑 목욕의 추억은 있다

친구네 부부 두쌍이랑 세부부가 일본 유후인에 갔었다 그것도 이름있고 나름 비싼 료칸이었다 별채의 방과 그방에 딸린 전용 목간이 하루종일 뜨거운 물이 흘러 넘치고 대나무발로 울타리를 하여 전용 목간인 것이다 부부가 하루자는데 대략 30만원쯤으로 기억된다 물론 료칸이니 아침과 저녁의 만찬은 오마세키처럼 잘 나오긴 하였다 그래도 전용 목간에서 부부가 아담과 이브가 되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뜨거운 욕조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옆집에서 얘기하는 친구부부랑 웃고 떠들었던 기억은 잊혀지기 어려운 추억일게다

갑자기 웬 목욕이야기인가 하면 상암동에는 동네 목욕탕이 없다 월드컵 경기장안에 하나 있지만 여기는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해 엄청나게 크고 또 사람도 많고 더럽고 비싸다 동네 목욕탕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한국 목욕체험장이다
난 그래서 친구가 사는 인천계양구청에 있는 목욕탕을 가끔 가고는 하였다 친구도 보고 밥도 먹고 그렇게 가는 곳이다 그곳은 주택가 언저리에 있는데 조그만 찜질방과 함께 있다 늘 손님이 5명을 넘지 않는데 손님이 없으니 적막하지만 전용사우나처럼 이용하던곳이었다 며칠전 김천사는 사우나 중독된 친구가 저나를 받지않더니 사우나중이었다길래 나도 간만에 목간을 가서 때도 밀고 안마도 받을 요량이었다 그래서 목간 갈려고 나서는데 어디가냐는 집사람에게 목간하러 계양간다니 왜 그리 멀리 가냐고 잔소리하길래 동네 목욕탕이 없지 않느냐하니 상암동 번화가에 생겼다고 한다 그 위치를 얘기하는데 설명하는자와 듣는자의 위치가 어긋나 티격태격하였다

오늘 오후에 운동삼아 걸어서 가보니 상암동 유흥가변에 마포구청에서 운영하는 복지센타가 있는데 사우나 독서실 골프연습장 헬스장이 함께 있고 일반인은 5천원 상암동 주민은 4천원짜리 목욕탕이다
신축이라 깨끗하기는 하더라 그냥 조그만 욕탕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복지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고 소비되는지 씁쓸하다고만 할수는 없지 싶다 참 좋은 나라다

홀딱벗고 같이 목욕을 하면 친근감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도 전부 온천욕하러 다같이 한번 가보아도 좋다는 생각이다

왜 목간얘길 이렇게나 장황하게 쓴 이유를 알수 없거나 잊었다 다만 목욕하고 때를 밀었더니 참으로 좋다 개운하다

우리네 인생도 이렇게 늘 개운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음을 개운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쉽고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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